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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 작지만 의미 있는 시작
route4096
2025. 5. 22. 23:42
건강검진의 경고
당혹스러웠다.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초기 진단이 나왔다. 술을 자주 마시는 편도 아니고, 일주일에 세 번은 빠짐없이 달리는 생활을 해왔는데 우선 2달 동안 약을 복용해 보라고 한다. 단순히 약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생활 습관의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운동량을 늘리고, 음주는 줄이며, 특히 식습관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운동은 이미 하고 있고, 음주도 많지 않으니 결국 남은 것은 식습관. 나는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채식주의(vegetarianism)는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식단을 넘어서 삶의 철학이자 건강관리의 방법으로 발전해 왔다. 인간이 언제부터 채식을 시작했는지를 따져보면 그 뿌리는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채식주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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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인도와 그리스 철학자들 : 피타고라스와 같은 철학자는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채식을 권장했다. 불교, 힌두교의 영향으로 인도에서는 채식이 오래도록 유지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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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이후 :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채식이 일시적으로 위축 되었으나, 수도원 중심으로 일부 유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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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이후 서구 : 건강과 윤리,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현대적인 채식주의가 본격화되었다.
채식은 어떻게 해야 하나
채식주의라고 해도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단순히 고기만 피한다고 해서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며, 균형 잡힌 채식이 중요하다. 음식을 허용하는 단계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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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Vegan): 모든 동물성 식품을 배제. 고기, 생선, 달걀, 유제품까지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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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토 채식(Lacto-Vegetarian): 유제품은 허용하되 고기, 생선, 달걀은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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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 채식(Ovo-Vegetarian): 달걀은 허용하되 고기, 생선, 유제품은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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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토-오보 채식(Lacto-Ovo Vegetarian): 유제품과 달걀은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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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코 채식(Pesco-Vegetarian): 생선은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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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채식을 병행.
나는 비건보다는 플렉시테리언에 가까운 방식을 택했다. 아침만이라도 채식으로 시작을 해 보기로 했다. 꾸준한 실천이 필요하다.

채식주의의 주의점
건강을 위해 시작한 채식이 오히려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도 있다. 초보 채식주의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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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섭취: 식물성 단백질(두부, 콩, 렌틸콩 등)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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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B12 부족: 동물성 식품에서 주로 얻는 영양소로, 필요한 경우 보충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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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분 부족: 시금치, 렌틸콩, 퀴노아 등을 통해 보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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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과 오메가3: 유제품을 제한할 경우 대체 식품(브로콜리, 아몬드, 치아씨드 등)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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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가공식품 피하기: 채식도 인스턴트와 가공식품 위주로 구성되면 건강에 해롭다.
사실 위의 내용을 모두 신경쓴다면, 시도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합리적인 선택과 계획을 하면 된다고 생각된다.
몸과 마음의 회복을 위하여
실제로 채식으로 해보니 몸은 가벼워 진다는 느낌이다. 공중부양을 하는 육신의 가벼움이 아니라, 건강해져가고 있다는 정신적 가벼움이다. 채식으로 몸의 건강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꿀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고지혈증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정신적 무게를 채식의 섭취로 낮출 수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애니 [이웃의 토토로]에 등장하는 '카사노 할머니'의 풍성한 텃밭은 채식주의자에게는 매우 인상적인 모습일거라 생각된다. 나도 그런 텃밭을 꿈꾸지만, 오늘은 일단 마트에서 방울토마토와 오이를 고른다. 작지만 의미 있는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