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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변, 건강의 바로미터
route4096
2025. 6. 6. 17:51
딸애의 변에 피가 묻어 나와서 딸애를 데리고 항문전문병원을 갔다. 피가 묻어 나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장 안쪽에 문제가 생긴 경우와 변비 등으로 인한 항문 근처 상처에 의한 출혈이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의 진료 결과, 다행히도 장 내부의 출혈은 아니었다. 피가 나온 이유는 다름 아닌, 딱딱한 변이 항문을 지나가면서 생긴 작은 상처 때문이었다. 즉, 변비로 인해 항문에 미세한 찢김이 생기고 그로 인해 출혈이 발생했던 것이다.
다행히 딸애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되어 변비가 생기지 않게 관리를 잘 해야 된다는 처방을 주셨다. 딸애에게는 생활 습관과 식단 관리를 해야 했고, 나는 딸애의 생활 습관과 식단 관리를 관리 해야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배변의 중요성
배변은 단순한 배설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몸속 장기의 건강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이자, 건강 관리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학뿐 아니라 동양의학에서도 배변 상태를 진단의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배변 진단 기준
동양의학에서는 사람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때, 맥(脈)만 짚은 게 아니다. 시각과 후각으로 느껴지는 배변 상태를 매우 중요한 정보로 다뤘다. 고대의 의서들을 참조하면,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환자의 대변을 분석했다.
동양의학의 주요 진단 기준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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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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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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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함, 무름, 가늘거나 끊어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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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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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정상), 검은색(열증), 회색·흰색(간담 이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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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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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악취(열이 많음), 무취 또는 신 냄새(한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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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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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회 이상 또는 지나친 횟수는 장기 기능 저하와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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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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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변 시 통증이나 뒤끝이 있는 경우 장 자극 혹은 염증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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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한의학에서는 대변의 형태와 부대 증상을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장기 내부의 기운 흐름, 한열허실, 음양의 균형 상태까지 진단해 왔다.
브리스톨 대변 형태 척도: 서양의학의 객관화된 기준
서양의학에서는 보다 표준화되고 시각적인 도구로 배변 상태를 진단해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브리스톨 대변 형태 척도(Bristol Stool Form Scale, BSFS)이다. 이는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의 켄 히튼 박사에 의해 1990년대 초에 개발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전 세계 병원과 건강 관리 기관에서 사용 되고 있다.
브리스톨 대변 형태 7단계
타입 |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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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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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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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콩알 모양, 개별 낱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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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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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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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뭉친 울퉁불퉁한 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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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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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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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일한 바나나 모양, 겉이 갈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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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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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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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끈한 소시지 또는 뱀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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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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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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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덩어리, 뚜렷한 형태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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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묽은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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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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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조각 부서진 묽은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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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성 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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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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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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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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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표를 활용하면 스스로도 자신의 배변 상태를 어느 정도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변비에 영향을 주는 음식들
건강한 배변을 위해서는 무엇을 먹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잘못된 식단은 배변을 어렵게 만들고, 심하면 항문 손상이나 염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변비에 좋은 음식
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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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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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류 (시금치, 브로콜리,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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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식이섬유와 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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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류 (배, 키위, 자두, 블루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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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성 섬유 + 천연 설사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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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물 (귀리, 현미, 통밀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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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운동을 돕는 불용성 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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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과류·씨앗 (아몬드, 치아씨드, 아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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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지방과 섬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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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식품 (요거트,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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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유익균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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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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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을 부드럽게 해 배출 쉽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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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에 좋지 않은 음식
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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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 |
가공식품 (햄, 소시지, 인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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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질 부족, 나트륨 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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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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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질 거의 없음, 소화 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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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고지방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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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운동을 지연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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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유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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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게는 변비 유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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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특히 밀크 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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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당류+유제품의 복합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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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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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수 유발 → 변이 딱딱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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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배변을 위한 생활 습관
식단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생활 습관의 관리이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들은 조금만 방심해도 변비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일상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추천 습관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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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물 섭취: 하루 1.5~2L, 아침에 따뜻한 물 한 잔은 장 운동에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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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질 풍부한 식사: 채소, 과일, 통곡물 매일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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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운동: 매일 20~30분 걷기만 해도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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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참지 않기: 신호가 왔을 때 바로 배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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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적인 화장실 습관: 아침 시간이나 식후 일정 시간에 앉는 습관 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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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알코올 줄이기: 과다 섭취 시 변비 유발
배변은 몸의 언어다
아이의 변을 보고 병원을 다녀온 경험을 통해 ‘배변은 건강의 신호’라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다.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를 막론하고 대변은 늘 몸의 언어로 해석되어 왔다. 혹시 하루가 너무 바빠서 그 언어를 듣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부터는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사소하지만, 건강을 지키는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초콜릿을 절제 못하는 아이에게 한 소리를 했다. 이 시작점에서 딸애의 건강이 좋아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