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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카타르시스의 정점에서
route4096
2025. 6. 11. 15:55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카타르시스(catharsis)'라는 단어는 감정의 정화, 또는 해소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내면에 억압되어 있었던 감정이나 긴장이 극적으로 표출되어 마음이 확 트이는 듯한 경험을 할 때 이 단어가 사용된다. 어떤 영화를 보았을 때, 카타르시스가 있다면 그 영화는 제법 괜찮은 영화일 것이다. 오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하려고 한다.

[드래곤 길들이기]라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2010년 애니로 개봉되었던 작품인데 실사화로 만들어져 최근 개봉이 되었다. 실제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았는데, 스토리는 애니와 거의 흡사한 구성으로 전개가 되었다. 드래곤을 CG로 구현함에 있어 피부 질감, 비늘, 날개의 동작까지 매우 디테일 하게 묘사함으로 현실감을 더했다. 바이킹 족장인 아버지와 대립하는 감정선의 깊이가 더해졌고, 드래곤인 투슬리스와의 유대감에 더 촛점을 맞춘 것으로 보여진다. 가족 애니에서 드물게 주인공이 다리가 절단 되는 장면은 애니가 개봉 되었던 당시 매우 큰 이슈였다. 섬세한 기계적 부품으로 교체되지 않는 한, 주인공의 신체부분이 잘리는 가족 영화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실사화 영화에서는 이 부분의 각색이 있지 않을까 예상 했었는데,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실사라서 더 둔탁하게 보이는 주인공의 의족은 가족영화를 의심하게 했다.
주인공 히컵은 바이킹 사회가 인정하는 남성상을 갖추지 못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더군다나 바이킹 족장인 아버지에게 늘 무시 당하면서 그 내면의 깊숙한 곳에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자리하고 있음을 관객은 눈치 채고 있다. 족장인 아버지와의 갈등은 지금 세대 간의 갈등과 동일한 맥락이기에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이다. 이 내적동기라면 히컵은 드래곤 투슬리스가 그물에 잡혀 있을 때, 드래곤을 죽였어야 했다. 드래곤을 죽였을 때,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여자친구도 만들고, 바이킹 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히컵은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 투슬리스를 죽이지 못하고 풀어주는 것이다. 투슬리스와의 유대감을 바탕으로 드래곤을 길들이는 과정은 매우 인상적이다. 꼬리 지느러미가 없어 스스로 날 수 없는 드래곤에게 인공 꼬리 지느러미를 만들어 주면서 히컵과 투슬리스는 끈끈한 신뢰를 형성해 간다. 자기 존재에 대한 불안감과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지만, 영화의 주인공으로써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 다름을 수용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보다 성숙된 존재로 나아가는 과정과 단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여자친구인 아스트리드가 그때 왜 투슬리스를 죽이지 않았냐고 질문한다. 히컵은 투슬리스의 겁먹은 모습에서 자신을 보았다는 얘기를 해준다. 이 대사는 스토리의 개연성을 위해 끼워 넣었다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스토리의 또 다른 전개가 펼쳐지는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까지 오게 되면, 다리를 잃어 새로운 방식의 삶에 적응해야 하는 히컵의 모습이 투영 된다. 결핍으로 이어진 두 존재는 서로를 보완해가는 존재로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심리학에선 카타르시스를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면서 심리적 해소를 경험하는 과정으로 본다. 트라우마나 무의식 속 억압된 감정을 꺼내고 말함으로써 정신적 치유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한다. 내면의 감정이 표출 되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지는 것이다. [드래곤 길들이기]를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은 우리 모두가 히컵과 투슬리스처럼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것이 육체적 상처이든, 정신적인 부분이든 자신이 겪은 고통이나 상처가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외롭고 힘들어진다. 비슷한 경험을 하는 주체를 통해 우리는 대리만족을 느끼며 카타르시스의 정점에서 공감과 자기수용의 메커니즘이 생긴다.
이 영화는 상처를 안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따뜻하게, 그러나 진지하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이 영화를 통해 카타르시스의 순간을 느껴보면 좋을 듯 하다. 바이킹 문화의 북유럽 감성과 멋진 배경 음악은 덤이다.
심리학의 관점에서 관전 포인트
- 히컵과 투슬리스의 유대 관계 :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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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컵의 성장 과정 : 정체성 형성과 자아 찾기(Identity Formation)
- 드래곤에 대한 인식 변화 : 편견과 인지적 전환(Cognitive Shift)
- 신체적 결핍과 심리적 회복 : 트라우마와 회복(PTSD & Resil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