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고단하다는 고백에서 시작된 질문
삶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 가치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어느 선배가 술자리에서 이 주제로 얘기를 꺼냈다. 자신은 회사의 부서장으로써 매일 조찬 미팅에 참석한다고 했다. 나는 조찬 미팅이 뭐냐고 물었다. 회사에서 각 부서가 있는데 그 부서의 리더가 부서장이고 업무 시작전에 미리 출근해서 사장님과 회의를 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또 늦게 까지 야근하는 날이 많아, 삶이 고단하다는 얘기를 더했다.
바쁘게 사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고 했더니, 최근에 우울감이 심해지고 무엇을 위해 이렇게 까지 하는지 스스로 질문을 하게 된다고 얘기했다. 직장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와 유사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인데, 미국과 같은 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성공주의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의 모습은 흡사 폭주하는 열차의 탑승객 같다.
미국은 이에 더하여 매년 발생하는 총기난사 사건은 삶의 의미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한다. 미국의 최근 3년간 총기난사 사건의 횟수는 놀라울 정도이며, 사건의 이유는 총기소지의 자유, 사회적 고립과 정치적 갈등의 폭발, 정신적인 문제 등으로 분류된다. 총기를 난사한 범인은 보통 자살로 마무리가 되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들은 살아가야 할 적절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햇살 아래에서 숨을 쉬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는데 자신만 죽는 것이 아니라 의미없는 세상의 심판자가 되어 다른 사람까지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다.
삶의 의미는 무엇이며, 삶의 가치라는 것이 있기나 한 것인지 여전히 알지 못하던 시절에도 그 의미를 찾아 고군분투 했던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 세상을 정의해 보려고 했던 사람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삶의 의미를 찾으려 했던 사람들
1. 헤겔: 이성적 역사 속에 깃든 의미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은 세상의 무작위성을 부정했다. 그는 인간의 역사와 문화가 이성이라는 큰 틀 속에서 발전한다고 믿었다. 즉,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혼란과 고통도 결국은 더 큰 이성적 목적을 향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역사는 이성의 발현이며, 인간은 자아를 실현하는 존재다.”— G.W.F. 헤겔
헤겔은 세상을 단순한 현상의 나열이 아니라 목적이 있는 이성적 전개로 이해하려 했으며, 그 안에서 인간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봤다.
2. 가브리엘 마르셀: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의미
프랑스의 실존주의적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신앙과 철학을 융합시켜 삶의 의미를 탐구했다. 그는 인간 존재의 핵심을 “관계”에서 찾았다. 타인과의 연대와 신뢰, 그리고 하나님과의 영적 연결 속에서 인간은 존재의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고 보았다.
마르셀에게 있어서 삶은 고립된 개인의 고통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존재의 연속성이었다.
3. 알프레드 아들러: 성장과 목적의 심리학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이 열등감을 극복하고 성장하려는 존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미는 삶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향성에 있다”고 말했다. 인간은 각자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삶의 의미를 창조한다.
“의미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A. 아들러
그에게 있어 삶의 의미는 자기 계발과 타인과의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구현된다.
4. 프란츠 카프카: 무의미 속 의미를 갈망하다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는 부조리와 고립을 묘사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의 글 속 주인공들은 늘 억압과 불확실 속에 갇혀 있지만, 그 속에서도 끊임없이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카프카는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도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를 지닌 존재임을 말하고자 했다. 절망 속에서조차, 그가 그려낸 인물들은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삶의 본질을 찾는다.
5. 빅터 프랭클: 고통 속 의미를 찾아라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생존자인 빅터 프랭클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로고테라피(Logotherapy)**라는 심리치료를 창안했다. 그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이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느냐가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느냐다.”— V. 프랭클
프랭클에게 있어서 의미는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하는 힘이며, 존재의 중심이었다. 그는 의미를 찾는 것이 인간의 가장 깊은 욕구라고 보았다.
6. 마르틴 부버: "나-너" 관계의 존재론
마르틴 부버는 인간 존재를 “관계의 존재”로 이해했다. 그는 대표 저서 《나는 너다(I and Thou)》에서 타자와의 진정성 있는 만남 속에 삶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고 설명한다.
그가 말한 **“나-너 관계”**는 단순한 대화가 아닌, 존재 대 존재의 만남이다. 그 속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하나님과의 깊은 영적 관계 속에 들어선다.
7. 마르틴 하이데거: 존재를 자각하라
마르틴 하이데거는 실존 철학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인간을 ‘다-거기(Dasein)’라 부르며, 존재에 대해 자각하고 그것에 대해 질문하는 존재로 정의했다.
그는 인간이 죽음을 인식할 때 비로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존재의 유한성을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현재를 살아내는 태도와 방향성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다.
의미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여정
삶은 때때로 불합리하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이 속에서도 빛나는 가치를 찾아보려고 했던 이들의 생각을 한 번 살펴보았다.
삶의 의미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이 의미는 저마다 달라서 절대적인 정답을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속에서 작은 희망의 불빛을 조금씩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서 살펴본 사상가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이야기했지만, 공통적으로 강조한 점은 이것이다.
의미는 무의미 속에서도 찾아야 하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하루가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 다시 질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의미와 가치도 모르는 삶을 왜 살아 가야 하는가?” 보다는, “의미와 가치를 찾기위한 삶을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