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상주분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지인들과 같이 잠깐 자리를 하는데 누군가가 “메멘토모리(Memento Mori)" 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이 단어는 죽음의 불가피성을 깨닫고 삶의 본질을 성찰하라 의미의 라틴어였다. 장례식장에서 누군가 이 단어를 조심스럽게 언급했을 때, 문득 과거에 인상 깊게 본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떠올랐다. 그 영화에서 교사 키팅은 젊은 학생들에게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 곧 “오늘을 잡아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려주며 삶의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 두 문장, 메멘토모리와 카르페 디엠, 둘은 겉보기엔 다른 듯하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철학을 말하고 있다. 죽음을 의식하되, 삶을 충실히 살아가라는 외침.이 글에서는 두 문장의 의미와 철학적 배경을 살펴보고,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되짚어보려 한다.

1. 두 개의 라틴어, 하나의 진실
라틴어 표현의미철학적 맥락
라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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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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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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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nto M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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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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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불가피성을 인식하고, 삶의 본질을 성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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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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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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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한 삶이기에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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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표현 모두 삶에 대한 경고이자 조언이다.메멘토모리는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강조한다. 언젠가 우리는 죽을 것이므로, 지금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아야 한다.반면 카르페 디엠은 그 깨달음을 행동으로 옮기라고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촉구다.
이 둘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 죽음을 생각하되, 삶을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하며 살라는 메시지다.
2. 메멘토모리와 카르페 디엠의 연관성
이 두 개념은 다음과 같은 철학적 흐름 속에서 하나로 연결된다.
- 죽음을 인식하는 순간, 삶이 빛난다
죽음을 의식하게 되면, 우리는 당연했던 일상의 모든 순간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깨닫는다. 가족과의 대화, 친구와의 식사, 아침 햇살 아래를 걷는 짧은 시간조차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 죽음은 도피가 아닌 삶의 촉진제다
메멘토모리는 단순한 우울한 명제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존재론적 자극제다. 죽음을 의식할수록 삶에 대한 책임감과 진정성이 깊어진다.
- 오늘을 사는 것이 곧 죽음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카르페 디엠은 단순히 “지금 즐기자”는 퇴폐적인 즐거움이 아니다. ‘지금’에 충실하라는 말은, 죽음을 피하지 않고 수용하되 더 진실하게, 더 뜨겁게, 더 의미 있게 살아가자는 태도를 포함한다.
3. 현대 사회에 주는 시사점
오늘날 우리는 죽음을 가능한 한 피하고 외면하려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 화장실 냄새도, 병원도, 노인도, 심지어 고독사조차 ‘눈에 띄지 않게’ 처리되는 세상이다. SNS에서는 젊음, 여행, 성공, 성취만이 강조된다.
하지만 그러한 삶의 양상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 삶의 속도는 빠르나 방향은 없다
죽음을 의식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바쁘기만 하다. 죽음은 방향성을 제공한다. **무엇을 향해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 과도한 현재주의는 삶을 피상적으로 만든다
카르페 디엠은 자칫 잘못 해석되면, “오늘만 산다”는 단기적 쾌락주의로 오해될 수 있다. 이는 소비와 자극에 중독된 인간을 만든다. 메멘토모리는 그것을 견제한다. 유한한 삶에 대한 성찰 없이는 진정한 현재의 충실도 없다.
- 관계와 시간의 소중함을 잊게 만든다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은, 시간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시간이 유한함을 알기에, 오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안다.
4.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메멘토모리와 카르페 디엠을 단지 감탄사처럼 소비하고 잊는다면, 그것은 그저 ‘좋은 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두 문장을 어떻게 삶 속에 ‘기억’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 매일 짧은 명상 시간을 가지자
하루 5분이라도, 삶과 죽음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은 달라진다. 오늘 하루의 목적을 재점검할 수 있다.
- 무심히 보내는 일상을 기록하자
일기나 메모 앱에 그날의 감정, 사건, 대화 등을 기록해보자. 그러다 보면 ‘현재’가 얼마나 풍성한지를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 인사와 작별을 진심으로 하자
모든 만남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인간관계를 훨씬 깊고 진실하게 만든다.‘다음에 보자’ 대신 ‘오늘 함께해서 고마워’라는 말을 해보자.

죽음을 생각하되, 삶을 사랑하라
결국 두 단어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의미라고 생각된다. "카르페디엠"은 "메멘토모리"와 연결 되어 있는 것이다.
"죽음을 기억하고 오늘을 산다"
이 문장은 메멘토모리와 카르페디엠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인간적인 조언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