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상처받는다. 직장에서, 가족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우리는 때로는 깊고도 날카로운 감정의 상처를 입는다. 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아니, 아물지 못하고 마음 한 켠에서 곪아버리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치유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방치된 상처는 곪아 터지듯 분노와 슬픔으로 되살아나 우리를 괴롭히고, 일상은 물론 삶 자체를 무겁게 짓누른다.
그래서일까. 고대의 종교와 철학자들은 한결같이 '용서'를 말한다. 그러나 그 용서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우리는 흔히 용서를 상대를 위한 것, 상대가 달라지기 위한 선행쯤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신은, 그리고 세상의 지혜자들은 용서가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용서는 나를 증오와 미움, 복수심이라는 독에서 해방시키는 길이다.

1. 용서라는 감정을 이해하기
용서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 보면 '상대의 잘못을 책망하거나 탓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용서란 훨씬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단순히 잊는 것과도 다르고, 무조건 참는 것과도 다르다. 용서는 억지로 외면하던 고통스런 감정과 정면으로 마주한 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일이다.
용서는 결코 상대를 정당화하는 행위가 아니다. 상대의 잘못을 용인하거나, 그 상처가 별일 아니었다고 스스로를 속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상대의 잘못을 정확히 인식한 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미움의 감정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결단하는 일이다.
2. 용서와 면역력의 관계
분노는 몸에도 병을 만든다
용서가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몸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현대 의학에서도 지속적인 분노, 원한, 증오는 만성 스트레스 상태를 만들어내고, 이는 면역력 저하, 호르몬 불균형, 만성 염증 등 신체적 질환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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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호르몬 증가 지속적인 분노 상태에서는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된다. 이 호르몬들이 장기간 분비되면 체내 염증 반응이 증가하고, 세포의 회복력은 떨어지며, 각종 만성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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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 약화 실제로 원한이나 미움이 강한 사람일수록 면역력이 떨어지고, 감기 같은 가벼운 질환에도 자주 시달리는 경향이 나타난다. 반대로 용서와 관용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더 강한 면역 반응과 회복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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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해독 작용 심리학자들은 용서가 마치 몸 안의 독소를 배출하는 해독 작용과 비슷하다고 표현한다. 마음속에 쌓인 미움과 증오는 결국 자신을 병들게 하며, 용서를 통해 우리는 정서적 해방감을 경험하게 된다.
3. 어떻게 상대를 용서할 것인가?
용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막상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특히 가족이나 배우자처럼 오랜 시간 깊게 얽혀 있는 관계일수록 상처도 깊고, 용서가 어려워진다. 이럴 때에는 다음의 두 가지 실천적 태도를 기억해보자.
1) 대립을 제어하자 (Control Conflict)
상대와의 대립 상황에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은 감정의 폭발이다. 감정이 격해질수록 상처는 깊어진다. 대화를 중단하고 거리를 두는 것이 때론 더 건강한 선택일 수 있다. 갈등을 통제하려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2) 차이를 인정하자 (Accept Differences)
상대를 용서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첫걸음이다. 나의 기준에서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면, 상대의 행동은 끝없이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은 상대의 행동을 이해하거나 동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사람은 나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그 사람의 업은 그 사람이 짊어진다'고 말한다. 상처를 준 사람이 어떤 대가를 치를지, 우리는 알 수도 없고 결정할 수도 없다. 복수를 꿈꾸고 분노를 품는 것은 결국 나 자신만 괴롭게 만들 뿐이다.
용서는 상대를 위한 자비가 아니라, 스스로의 평화와 자유를 위한 결단이다. 마음속의 독을 내려놓고 나 자신을 더 건강하고 자유로운 상태로 이끄는 일. 그것이 바로 용서라는 고귀하고도 실용적인 행위다.
삶의 크고 작은 상처 속에서 오늘도 우리는 용서라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그것이 곧 나를 구원하는 길이며, 더 깊은 인생의 평온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