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가가 들려주는 은둔의 의미
바쁘게만 사는게 정답이 아닌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 어떤 때는 폭주하는 기관차에서 내리지도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이것은 현대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우리의 의식 상태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겠다. 과거에도 이러한 삶에 대한 염증으로 일탈을 꿈꾸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오늘 그들 중에 두 사람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이다. 미국의 작가이면서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혼자 살았던 경험을 《월든》이라는 책에 담았다. 또 다른 한 사람은 비교적 최근의 인물이다. 실뱅 테송이라는 프랑스 작가이다. 그는 러시아 바이칼 호수의 한 오두막집에 지내면서 경험한 자신의 일상을 담았다. 이 내용은 관련 다큐가 먼저 나왔고, 뒤에 《시베리아의 숲에서》라는 그래픽노블이라는 형식으로 책이 출판되었다.
이 두 책에서 보여준 은둔이라는 삶의 형태를 보면서 그 의미가 현대 사회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1.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 숲 속의 철학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는 미국의 작가이자 사상가로, 현대 생태주의와 탈문명적 삶의 원형을 제시한 인물이다. 그는 1845년 여름,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 근처의 월든 호숫가에 있는 땅에 통나무집을 짓고 혼자서 지내기 시작한다. 약 2년 2개월간의 은둔 생활을 통해 인간 본연의 삶이란 무엇인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은 어떤 모습인지를 깊이 사유한다.
《월든》은 이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대표작이다. 이 책은 단순히 자연 속 생활기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산업화와 도시화가 한창이던 당시 미국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서이자, 존재의 근원으로 돌아가자는 철학적 선언이다. 작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용한 절망 속에서 살아간다”고 말했다. 그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는 우리에게 ‘바쁘게 사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나는 삶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마주하고자 숲으로 갔다”고 고백하며,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의미를 추구하는 삶을 실천했다.
2. 실뱅 테송의 《시베리아의 숲에서》 : 바이칼에서 찾은 삶의 의미
프랑스의 작가이자 모험가인 실뱅 테송(Sylvain Tesson)은 2010년, 시베리아 바이칼 호숫가의 작은 오두막에서 여섯 달간 은둔 생활을 한다. 그는 이 경험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하고, 나중에 그 내용을 바탕으로 그래픽 노블 《시베리아의 숲에서(Dans les forêts de Sibérie)》를 펴낸다.
실뱅 테송의 은둔은 데이비드 소로처럼 철학적인 사색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현대인 특유의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탈출이었다. 그는 “삶은 순식간에 흘러간다. 그 흐름에서 비켜서야만 그것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문명의 혜택을 모두 누린 도시인으로서 그는 고의적인 고독을 선택했고, 그 안에서 비로소 “나는 존재한다”고 느꼈다고 고백한다. 바이칼 호숫가의 고요한 겨울은 그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고, 그 안에서 그는 인간 본성의 외로움과 평화를 동시에 체험한다. 현대인의 무의식 속에 흐르는 ‘은둔의 로망’을 실현해 보인 이 체험기는 소로의 《월든》과 시공을 초월한 공명을 이룬다.
3. 은둔이라는 삶이 주는 의미
두 작가 모두 외부의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인 선택으로 고독을 받아들였다. 이 은둔은 ‘세상으로부터 도피’가 아니라, 자신에게로의 회귀였다. 그들은 물리적으로는 고립되어 있었지만, 내면에서는 오히려 더 풍요로운 인간 관계와 자연과의 연결을 경험했다. 데이비드 소로는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발견한 사람은 복이 있다”고 말했고, 실뱅 테송은 “삶이란 단순히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은둔을 통해 '느림'과 '깊이'의 가치를 되새겼다. 이것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은둔은 삶의 무게를 내려놓는 시간이자, 존재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다. 과잉 자극과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 성찰의 시간이 될 수 있다.
4. 현대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현대인은 무언가를 계속 해야만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스마트폰 알림, 끝없는 업무, 인간관계의 피로... 진짜 나 자신으로 사는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두 작가의 이야기는 현대사회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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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 무조건 바쁘게만 사는 삶은 무의미하다. 방향성을 잃은 속도는 낭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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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삶의 가치 : 물질적 풍요는 삶의 질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단순함 속에서 진정한 만족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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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의 회복적 연결: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유리될 때 마음이 황폐해진다. 숲은 우리에게 원초적 평안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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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치유의 시작: 외로움이 아닌, 건강한 고독을 마주함으로써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나에게로 돌아가는 시간
바쁘기만 한 현대인에게 두 작가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기 전에, 한번쯤 숲으로 가보라고 얘기한다. 숲이란 물리적 장소일 수도 있고, 조용한 방 한 켠,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자신만의 시간일 수도 있다. 두 작가의 메시지를 통해 자신만의 숲으로 들어가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