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9

바람이 분다, 다시 살아야겠다

해안가에서의 한 줄기 바람해안가의 풍경은 늘 그렇다. 잔잔하거나, 혹은 거칠거나.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리는 해안가에는 어김없이 바람이 세차게 불기 마련이다. 언덕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는 파도의 뒤엉킴을 바라보았다. 빗방울과 함께 바람이 많이 불었다. 순간, 바람이 불어오는데 아래의 문장이 떠오른다."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이 문장은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 가 자신의 시 『해변의 묘지』에서 사용했다. 그 후에 일본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자신의 소설 『이즈의 무희』에 이 문장을 인용했고, 2013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 『바람이 분다』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발레리의 시는 그 자체로 깊은 철학적 사유의 공간이다. 육체와 정신, 삶과 죽음, 시간과 존재 사이를 오가는 상징들로 가득하다. 그중에..

생활 2025.06.18

바쁘게만 사는 세상, 숲에서 길을 찾다

두 작가가 들려주는 은둔의 의미 바쁘게만 사는게 정답이 아닌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 어떤 때는 폭주하는 기관차에서 내리지도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이것은 현대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우리의 의식 상태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겠다. 과거에도 이러한 삶에 대한 염증으로 일탈을 꿈꾸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오늘 그들 중에 두 사람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이다. 미국의 작가이면서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혼자 살았던 경험을 《월든》이라는 책에 담았다. 또 다른 한 사람은 비교적 최근의 인물이다. 실뱅 테송이라는 프랑스 작가이다. 그는 러시아 바이칼 호수의 한 오두막집에 지내면서 경험한 자신의 일상을 담았다. 이 내용..

생활 2025.06.16

아로마, 향기의 심리학

향기에 민감한 사람들 : 향이 주는 메시지 우리는 일상에서 무수히 많은 냄새를 경험하며 살아간다. 어떤 냄새는 추억을 소환하고, 또 어떤 냄새는 본능적인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유달리 냄새에 민감한 이들이 있다. 이들을 좋게 말하면 오감 중 후각이 탁월한 이들이고, 때로는 예민하거나 까다로운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하지만 냄새에 민감하다는 것은 단순한 성격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때로 심리적 안정과 불안을 가르는 중요한 신호이기도 하다.사람은 본능적으로 좋은 향을 선호하고, 불쾌한 냄새는 멀리한다. “내면의 향기”라는 문학적 표현은 단지 상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좋은 향을 풍기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은, 비유적인 표현이자 동시에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고유한 감각이..

생활 2025.05.21

여름철 대비, 선글라스 선택, 일상의 작은 습관

조그만 돌이 날아와 눈에 맞았다. 어린시절 동네공터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겪은 이 일은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눈에 무엇인가가 가해지는 것이 어렵고, 힘들기만 하다. 컨택트 렌즈를 시도해 보려고 했으나 할 수 없었고, 눈에 이상이 생겨 안약을 넣는 것도 거부감이 든다. 심지어는 건강검진으로 안압을 체크하기 위한 단계에서 눈을 크게 뜨지 못해 간호사분이 몇 번을 다시 하는 경우도 있었다.어느 날 눈의 바깥쪽 부분에 무엇인가가 생겼다. 이것이 문제가 되어서 수술이라도 해야 되는 상황이 아닌지 불안했다. 병원에서는 이것을 '익상편(翼狀片, Pterygium)'이라는 질환이라고 했다. 눈의 흰자(결막) 조직이 자라서 검은자(각막) 위로 침범해 들어오는 삼각형 모양의 섬유혈관성 조직을 말하며, 시계 방향으로 3..

생활 2025.05.20

장마철 대비, 곰팡이와 식초의 기억 - 천연 곰팡이 제거제 DIY

젊은 시절에 내가 했던 알바 중의 하나는 곰팡이를 제거하는 일이였다. 입주가 안된 아파트인데 장마기간을 거치면서 아파트 전체 호수에 곰팡이가 생겨서 이를 제거하는 일이였다. 물통에 식초를 타서 스펀지로 방의 벽면에 붙은 곰팡이를 닦아냈다. 식초는 장마철 곰팡이 제거에 효과적인 천연 세정제라고 한다. 곰팡이의 균사와 포자를 파괴하는 항균 성분(아세트산)이 포함되어 있어, 화학 세제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용도로 사용이 가능함을 알게 되었다. 습한 느낌과 강한 식초향이 뒤엉킨 지난 시절 기억의 한 단편이다.학교를 졸업하고 집을 떠나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 했었다. 생활비를 아끼려고 비용이 저렴한 반지하 방을 얻어 생활을 했다. 출장이 있어 일주일 방을 비웠다가 돌아오니, 행거에 걸려있는 모든 옷에는 곰팡이들..

생활 2025.05.19

전략과 전술, 인생 승리의 메타포

인류 역사 속 전략의 중요성고대에서 근세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싸움을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히 영토 확장이나 권력 다툼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의 전쟁은 생존이 걸린 치열한 사투였고, 그러한 전쟁의 한가운데에는 반드시 전략이 있었다. 전략은 단순히 힘을 겨루는 것을 넘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고 승리를 이끌어내는 핵심 열쇠였다. 따라서 뛰어난 전략 없이는 어느 누구도 전쟁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그런데 이 같은 전략과 전술의 필요성은 결코 과거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 더 나아가 인생 자체도 크고 작은 싸움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 사회 속 경쟁, 크고 작은 갈등 속에서 우리는 늘 선택과 결정을 강요받는다. 결국 전쟁터만큼이나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

생활 2025.05.16

감정을 비추는 빛, 조명의 세계

빛이 감정에 미치는 놀라운 영향우리는 살아가며 종종 '분위기'라는 말을 입에 올린다. 분위기가 좋다, 분위기가 다운됐다, 분위기를 바꿔보자. 그런데 이 분위기를 결정짓는 데 있어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빛’이라는 사실은 자주 간과된다. 빛은 단순히 물리적인 에너지 그 이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적 파장을 만들어내며, 인간의 감정, 집중력, 수면 주기, 심지어는 우울감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과학과 심리학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이 사실을 증명해 왔다. 특히 빛의 밝기, 색온도, 방향, 깜빡임 정도는 인간의 정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 조명의 다양한 요소가 어떻게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

생활 2025.05.14

타임루프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기

반복되는 하루 속의 무기력함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감정을 느낀다. 매일 아침 똑같은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늘 가던 길로 출근하거나 등교하고, 반복되는 업무와 과제를 마치고, 비슷한 시간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 마치 영화 속 타임루프에 갇힌 것처럼, 똑같은 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것 같다. 심지어 가끔은 ‘오늘이 어제였던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무의미하고 기계적인 하루를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이런 감정은 단순한 일상의 권태감을 넘어 삶의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도대체 나는 왜 이런 하루를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오늘 이 글에서는 그러한 질문에서 출발하여, 우리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소소하지만 분명한 변화와 목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를 함께 고..

생활 2025.05.12

덜어낼수록 풍요로운 삶, 미니멀리즘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의 양과 마음의 여유는 언제나 반비례했다. 어느날 적게 가지는 삶에 대한 가치를 지향하는 미니멀리즘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절제된 삶을 살아가지 못해서 미니멀리즘으로 가야할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현대인 추구해야 할 가치 중의 하나는 미니멀리즘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1. 미니멀리즘이란 무엇인가?미니멀리즘(minimalism)은 ‘최소한의 것만으로 최대한의 가치를 추구하는 삶의 태도’라고 정의할 수 있다. 본래는 1960년대 예술과 건축 분야에서 출발한 용어로, 단순한 선과 면, 제한된 색상, 절제된 표현으로 본질을 드러내는 기법을 의미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예술적 표현을 넘어, 일상생활의 철학이자 실천 가능한 생..

생활 2025.05.12